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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가 좀 낡았는데, 리브랜딩할까요?

테이블 위 손에 든 휴대폰의 마이클 시작 화면

로고가 좀 낡았는데, 리브랜딩할까요?

로고가 좀 낡았는데, 리브랜딩할까요?

마이클에 합류했을 때, 로고가 오래돼 보이니 리브랜딩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었다. 손볼 부분은 분명했다. 그림자와 반사광은 예전 스타일에 가까웠고, 그라디언트는 오프라인 인쇄물에 쓰기 까다로웠다.

그런데 로고를 손보는 일은 어디까지 커져야 할까. 색과 형태를 조금 다듬으면 될까, 브랜드가 보여주는 모습 전체를 바꿔야 할까.

이전 회사인 OP.GG에서는 로고를 그대로 두고, 그 주변의 시각 언어를 넓히는 리브랜딩을 주도했다. 마이클에서는 로고를 필요한 만큼 다듬으며 기존 브랜드를 강화하는 쪽을 택했다. 리브랜딩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은 언제나 “지금 이 회사에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가” 였다.

넓어져야 하는 브랜드

OP.GG는 리그 오브 레전드 전적 검색 서비스로 잘 알려져 있었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하고 유용한 이름이었다. 다만 회사는 더 다양한 게임과 서비스로 확장하려 했고, 브랜드가 보여주는 모습도 그 방향을 담을 필요가 있었다.

전적을 확인하는 도구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우리가 표현하고 싶었던 범위가 넓어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로고부터 바꿀 이유는 없었다. OP.GG의 로고는 식별성이 높았고, 유저들에게도 익숙했다. 서비스 이름이자 URL을 그대로 보여주는 형태라 직관적이기도 했다.

로고를 활용한 일러스트와 오프라인 디스플레이 등, 로고를 가지고 노는 작업도 꾸준히 해온 브랜드였다. 로고 자체에 쌓인 기억과 헤리티지가 분명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가져갈 이유가 충분한 자산이었다.

행사 공간에 설치된 OP.GG 로고

따라서 로고는 그대로 남기고, 컬러와 타이포그래피 시스템을 잡았다. 그 위에 역동적이고 생명력 있는 일러스트 스타일과 캐릭터 세계관을 더해 ‘게이머의 유니버스’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제품 화면만으로는 보여주기 어려운 게임의 메타포와 게이머들의 상황을 하나의 세계 안에 담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이제 더 넓은 플랫폼입니다’라는 설명을 붙이는 대신, 그 안에서 어떤 세계를 만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익숙한 로고는 그 세계 안에서도 OP.GG를 알아보게 하는 중심으로 남았다. 로고의 헤리티지를 이어가면서, 브랜드가 담을 수 있는 이야기와 표현의 범위를 넓힌 리브랜딩이었다.

OP.GG 브랜드 세계관의 다채로운 일러스트

굳혀야 하는 브랜드

반면 마이클에서 전사적으로 공유하던 방향은 기존 서비스를 더 잘 만드는 일이었다.

유저가 차량 데이터를 쉽게 기록하고 연동하면, 그 정보를 바탕으로 정비나 소모품 교체가 필요한 시점을 챙겨주고, 때가 되면 간편하게 예약할 수 있게 하는 것. 데이터 연동을 더 편하게 만들고, 예약 과정을 다듬고, 맞춤 상품 추천을 정교하게 하는 노력들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새로운 사업을 설명해야 하는 국면과는 달랐다. 이미 정한 방향을 강화하고 굳히는 과정이었다.

브랜딩의 과제도 사업 방향과 발맞췄다. 서비스가 쌓아온 입지에 비해, 메시지적으로 마이클이 어떤 가치를 주는지 알리는 일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브랜딩 관점에서도 같은 메시지를 여러 접점에서 꾸준히 전달하고, 익숙한 인상을 쌓는 일이 필요한 단계였다.

여기서 새로운 모습을 만들면, 그 모습에 익숙해지게 하는 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기존 브랜드로 회사의 방향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면, 우선 그 브랜드를 더 잘 알리는 데 힘을 쓸 이유가 있었다.

스마트폰에 표시된 마이클 앱

그래서, 로고는 필요한 만큼만 다듬었다

그렇다고 오래돼 보이는 부분까지 그대로 둘 필요는 없었다.

마이클의 로고에서는 뚜렷한 그림자와 반사광을 걷어내고, 인쇄물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그라디언트를 제거했다. 기존 브랜드를 여러 접점에서 더 편하게 쓸 수 있도록 정리한 것이다.

대대적인 리브랜딩보다 작은 변화였지만, 당시의 과제에는 그 정도의 변화가 맞았다. 정리한 로고를 쓰면서, 마이클이 어떤 서비스인지 같은 목소리로 꾸준히 전하는 데 힘을 실을 수 있었다.

다듬기 전후 마이클 로고 비교

‘바꾸지 않기로 했다’는 말은 할 일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무엇을 유지할지 정한 뒤에도, 그 브랜드로 보여주고 설명하고 쌓아갈 일이 방대할 정도로 많다.

로고를 보기 전에, 회사가 어디로 가는지 본다

두 경험 이후 리브랜딩을 고민할 때 먼저 확인하는 질문이 생겼다.

  • 회사가 앞으로 하려는 일은 무엇인가.

  • 지금의 브랜드로 그 방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가.

  • 사람들이 우리를 다르게 이해해야 하는가, 지금의 우리를 더 잘 알면 되는가.

이 질문에 답하다 보면 유지할 것과 바꿀 것의 범위도 조금씩 보인다. OP.GG에서는 익숙한 로고를 중심에 두고 더 넓은 세계를 담을 표현이 필요했고, 마이클에서는 이미 정한 방향을 더 선명하고 꾸준하게 알리는 일이 먼저였다.

브랜드 디자이너의 눈에는 고치고 싶은 것이 늘 보인다. 그중 무엇을 지금 고칠지 고르는 일도 디자인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로고가 낡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회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부터 본다. 무엇을 바꿀지는 그다음에 정해도 된다.

© Michelle Lee, 2026